풀배터리 검사 후기 : 고달프다

2025. 8. 22. 16:20끄적끄적/투병일지

로르샤흐 테스트

풀배터리를 받게 된 이유는 간단한데, 고도의 심리 상담 후 인지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 왔는지 확인하기가 1차였고 - 2차가 바로 망할 병무청에 서류를 가져다 바치기 위함이다. 사실 안내고 훈련소에 그냥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나중에 퇴소당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어쨋든 그래서, 내가 받은 검사는 MMPI, TCI, 로르샤흐, TAT, HTP(집-나무-사람 검사), 문장완성검사, 웩슬러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MMPI랑 TCI는 미리 하고 가서 그닥 어렵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웩슬러였다. 이게 생각보다 "보통의 답변"을 요구하는데, 나는 거기에 걸맞지 않는 조금 4차원적인 답변을 해버리는 바람에... 그리고 도대체 이게 풀 수 있는 건가 싶은 퍼즐도 나오기도 했다. 여튼 3시간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하고, 많이 힘들었다...

 

여담으로, 조금 웃긴 얘기가 있었는데.. 나무를 하나 그리래서 언덕 위에 혼자 서있는 나무를 그렸다. 그랬더니 검사자 분께서 "이 나무가 어떻게 될 꺼 같나요" 라고 맞길래, 나는 (흠... 언덕위에 혼자 있으면 벼락맞기 딱인데.) 라고 생각해서 "벼락맞아서 타 죽을거 같은데요"라고 답했다. 당시에는 뇌를 빼고 얘기해서 딱히 별 감정 없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까 확실히 내가 아프긴 한것 같다.

 

결론적으로, 검사를 마치고 나서 내 병식에 대한 인지보다 실제 질병의 정도가 더 큰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무리해서 사회 활동에 참여했다가 말 하나 까딱 잘못해서 공격받고, 패닉와서 병원에서 덜덜 떨고... 아 물론 내 잘못만 있는건 아닌것 같다만(비지니스적 태도를 요구하면서 감정적으로 나오는건 아직도 뭔지 잘 모르겠다.), 결론은 그냥 나나 다른 공주님/왕자님들을 위해서라도 그냥 앞으로는 조심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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