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반도와 위계질서 : 새로운 형태의 계급

2025. 8. 4. 11:05끄적끄적/신세 한탄과 수필과 리뷰

Ref : FT, 20~30세 세대의 성별간 정치성향 격차.

자고로 우리 아름다운 조선반도에는 양천제라는 신분제도가 500년 이상 이어져 왔다. 물론 이를 결정짓는 것은 현대의 대표적인 가치로 여겨지는 자본/능력/외모는 아니었고, 단순히 세습과 혈통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장영실과 같은 케이스처럼 어느정도의 융통성은 있었고, 사회적인 계층간의 갈등은 있었을 지언정 이 자체에 대한 불만은 조선 중기까지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다만 화폐 경제가 들어오고, 그놈의 "유교식 문화"가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상당히 기괴한 신분제 제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 "위대한" 흥선대원군을 필두로 한 그놈의 사상논쟁으로 나라가 셔터를 닫은 사이 - 메이지 유신을 먼저 단행한 일본에 의해 식민지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노력이 있었다고는 하나, 결국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 두방에 의해 "타의로" 광복을 맞이하게 되버렸다. 그리고 나라는 또다시 병신같은 사상 논쟁으로 두동강이 나버렸다.

 

그리고 이후로는 놀랍게도 - 성장에 집중하느라 계층적 요소에 대한 의식이 별로 없었다. 소심하던 대범하던 누구나 동네 놀이터에서 돈 없이 놀던 시대, 그렇지만 열차는 계속해서 "경쟁적"으로 속력을 높이는 시대였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도 독재를 필두로한 민의에 대한 탄압이 있었지만, 웃기게도 이는 사회의 성장적 의식과 개인의 권리에 대한 "경쟁적" 욕망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민주사회가 이루어졌고, 이론적으로는 "만인이 평등받고 존중받는 세상"이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는.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원래 습성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속력을 너무 높여온 나머지 브레이크를 밟는 법을 까먹은 탓인지... 충분한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거지같은 "압도적 경쟁"이 판을 치면서 너도 나도 사이좋게 평가하며 계급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건 다 제치고.. 당장 대학교만 봐도 답이 나온다. 필자가 다니는(더이상 다닐지 모르겠는) 학교에서는 누적 백분위 7~9%대가 입학하는데, "조선식 평균"으로는 이게 평범한 것이라고 한다. 언제부터 50%분포가 아니라 10% 분포가 평균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쨋든 그렇단다.

 

근데 뭐가 문제냐고? 답은 간단한데, "조선식 평균"에서 밀린 하위 말단 노동자들은 자신의 고달픔을 잊기 위해 사상 혹은 종교적  색채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탕주의와 극단주의는 원래 있던 것이니 그려려니 하겠는데, 언제부턴가 조선식 평균 이상에 있는 사람들을 동경하면서 (예: 연예인)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신념적 그리고 신앙적 우월감을 이루기 위해서 : 이론적으로 "만인이 평등하고 존중받는 세상"은 집어치고 나보다 못난 사람들을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다른 계급의 탄생이다.

 

 

 

하위 50% 정도로 못생겼고, 국가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돈이 없고, 사회성이라는 이름의 처세술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그래도 다른 사람에 대해서 존중 하려고는 노력하지만.. 그들의 위신에 대한 내 조금의 실수에는 너무나 공격적으로 반응하지만 반대로 그들이 하위층을 공격하는 것은 아주 정당화 받는 사회. 나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감이 안잡혔다.

 

아, 천민자본주의와 외모지상주의가 없는 사회가 어디있겠냐만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K-문화는 스펙으로 갈라치는 훌륭한 사회가 되었으니 대충 다리가 잘려도 노력하면 걸을 수 있다는 마인드로 "세계적 추세에는 무의미한" 노오오오오력을 할 것을 권장하게 되었다. 노력하면 누구나 이재용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연예인 뺨치는 생활을 할 수 있다! 정신병이 있어도 정신력으로 이겨내면 할 수 있다!

 

 

 

근데 그러면 그렇게 노력과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으면, 일제에 왜 털렸냐고 질문하고 싶지만.. 이분들에게 있어서 여기에 대한 T/F는 중요한게 아니라, 하나의 장벽을 만들어서 "나는 편하고 니는 뺑이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라리 미국처럼 아예 사다리가 걷어 차 져 있더라도, 최소한 상위층이 하위층을 막 대하지 않는 사회면 좋겠으나... 쨋든 한국에는 공주님과 왕자님밖에 없는 고로 밑에서 "뺑이"를 칠 사람들은 없으니, 나는 그냥 자포자기를 해야 되나 고민을 많이 하곤 한다.

 

혹여나 노심초사 해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억지로 까내리는게 아니라 - 보조적인 지표인 출산율과 사상적 양극화를 보여주는 위 그래프만 봐도 한국 사회가 극단의 치를 달리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단지 이런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너무 고민이다. 틈만 나면 평가를 하고, 틈만 나면 내려치고.. 물론 내가 안그러냐 하면은 글쎄올시다, 당장 내 주거지만 해도 이곳 한반도가 아닌가? 근데 나도 등신이지만, 세상에는 어쩔수 없이 일정 비율의 등신들이 존재하는데.. 이 병신들에 대해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공공연하게 대하는 사회에서는 딱히 글쎄올시다. 관성적으로는 지금도 노오오력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산으로 들어가서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은 마음밖에는 안든다.

 

 

 

참고로 위의 사실에 대해서 거짓말이라고 할 사람들이 있을텐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라. 당신의 기억에는 한강에서 불상의 사유로 돌아간 중앙대 의대생이 생각나는가, 아니면 동일한 시간에 석탄 컨베이어벨트에서 힘들게 일하다가 끔찍하게 돌아간 동일한 나이의 노동자가 생각나는가? 쟤는 못생겼어, 쟤는 찐따야라고 생각한 것을 말로 꺼낸적이 단 한번도 없단 말인가? 연예인들이 출연한 골든타임이라는 드라마에서 의사의 멋진 모습만 기억나지, 실제로 모티브가 되는 한국의 중증외상센터는 개차반으로 운영되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이 기억나지 않지는 않는가?

 

내가 등신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0.1%는 모르겠고 당장 나와 주변 사람들이 사는게 중요하단 말이다. 좀 당신을 받치는 밑을 바라보기를 바란다. 아니면 차라리 나치 독일처럼 파시즘 시즌 2를 찍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