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1. 11:35ㆍ끄적끄적/신세 한탄과 수필과 리뷰
결혼이라는 것은 참으로도 이상하고도 고상한 행위이다. 특히 그것이 정상적인 경로로 결혼 한 것이 아닌 사회적인 단체나 종교적인 단체를 거쳐서 단기간에 일어난 것 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며, 사회/경제적인 여건이 받춰 주지 않은 상황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물론 사랑과 인간의 정이라는 것은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을 수 있게 만들어 주지만, 문제는 그러한 것들이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지 필연적으로 그리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지 못한 자들이 결혼을 하고, 사회적인 통념상의 이유나 본인의 의지로든 간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 결과는 참으로 혹독하기 그지 없다.
이미 그들은 수많은 좌절과 비애에 가득 찬 상태에서 어떤 이유로든 연인을 만난 상태이기에, 혹은 아주 높은 확률로 이미 사회가 흔히 옳지 않다고 여기나 그들과 같은 이들에게는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는 집단에 들어간 상태이기에, 자식이 혹시나 자기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세상에 대한 접근을 가지는 것을 매우 두려워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의 정신세계는 놀랍게도 단순히 보수적인 이유가 아닌 그저 자식이 잘 되는 것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고 물으면, 놀랍게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전문대 건축학과를 중퇴한 A가 있다고 해보자. 이때 A의 아들 B는 아비의 최소한의 도움으로 놀라운 성취를 거두었다면 대게 보통의 아버지의 경우라면 그를 칭찬하고 자랑스러워 하기 마련이나, 이들은 놀랍게도 그렇지 아니하다. 그들은 놀랍게도 “혹시나 잘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가진다. 겉으로는 자식들에게 “너는 너 마음 가는 대로 살아라,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아라, 돈만 쫒지 말아라” 라는 그럴듯한 말을 하지만 사실 이는 번역하자면 “너는 제발 나처럼 되어야돼, 왜냐하면 나도 그랬으니까.”라는 속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 집안 사정이 위에 적힌 것 보다 더 한것 같지 않은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사정은 모르겠고, 사회적으로 볼때 만약 이러한 자들이 대다수인 사회가 대한민국이라면, 그리고 이러한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면 나는 기여코 반대 표를 던질것이다. 나는 내 자식에게 이러한 세상을 경험시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여러분들의 정주 여건이 나아진다면,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과정을 지켜보고 참여한다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는 고지고 값진 경험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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